이게 바로 훈련의 가치다.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는 것. 애초부터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 않던가. 옷을 사려 해도, 넥타이를 하나 사려 한데도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해 봐야 하는 것이다. 이 제품이 비싼지 아닌지 다른 제품을 사 봐야 알 수 있고, 이 경험이 나에게 필요한 경험인지 아닌지 또한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만 판별이 가능하다. 자신이 구입한 모든 옷을 똑같이 좋아하기도, 똑같이 자주 입기도 어렵다. 살면서 수백 편의 영화를 보지만 여전히, 번번히 실패를 경험한다.

 
적중률이 높지 않은데도 왜 계속 영화를 보는 걸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사람을 보는 안목, 누군가를 알아보는 경험치에 대한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실패가 두려워 주저앉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30~40대 직장인들은 거의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다시 시작하기가 두렵다. 두려운 것이 너무 많아, 더 큰 실패 상황을 초래한다. 작은 실패들이 없다면, 큰 실패를 막을 길이 없건만, 세상은 우리가 새장 속에서만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그 새장이 언젠가 당신을 숨막히게 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삶 전체를 가만히 고찰해 본다면, 그나마 만족스런 느낌을 주는 영역들은 예외없이 이미 충분한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영역들이다. 서른 살이 넘도록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라면, 머리로 이런저런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 한들, 결국엔 실패를 맛보게 되어 있다. 사실은 애초부터 겪었어야 하는 실패인데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야 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경험해야 할 것들을 제 때 경험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산더미가 되어 재앙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그래서 많다. 

 

사람의 가장 큰 오만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데 있다. 삶은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우리 삶이 훈련을 위해, 성장을 위해, 그리고 진화를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야말로 삶이 주는 경이 중 하나다. 뜻대로 되지 않음으로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진화해 나갈 수 있다. (인간은 성장하고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존재다.)

 

당신이라는 주체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당신의 삶을 창조했는가? 당신이 이 삶의 주인인가? 인류는 검증도 할 수 없는 신념들 속에 파묻혀 자신됨을 잃어버리고, 삶이 주는 교훈을 회피하고 있다. 

 

삶 자체가 훈련이고, 삶은 훈련을 위해 주어진 것이기에 누구도 이 삶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자기합리화와 변명을 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심리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주파수 교란으로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뿐이다. 

 

인간의 운명은 여러 제약 조건 속에 놓여있고, 우리의 정신적 구조물 외에도 우리 삶을 좌우하는 요소들은 많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것뿐이다. 삶은 훈련을 위해 주어졌고, 모든 가치있는 것은 투쟁을 통해, 씨름을 통해 얻게 되어 있으므로 일정한 수준의 헌신과 노력없이는 당신은 아무 것도 진정으로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진짜 삶은 배우려는 태도를 가진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법이다. 

 

혹, 시크릿 이론들을 들이대며 삶이 꼭 투쟁이 될 필요가 없다고 믿거나 과신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시크릿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혹은 트랜서핑을 마스터하고 싶다면 우선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부터 제대로 파악하라. 잘못 아는 것은 때로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잘못된 이정표는 삶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곤 한다.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은 어쩌면 무지가 아니라 오해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어 최소한의 맥락을 식별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열린 마음으로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삶에 참여하지 않으면 삶으로부터 배울 수 없다. 실패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더 큰 실패를 겪게 된다. 

 

고삐 풀린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정신줄을 놓지 마라. 술과 마약과 담배가 위험한 이유는, 일단 임계점을 넘으면 당신의 정체성을 파괴시키고 방향감각을 잃게 만든다는데 있다. 그런데 이 충동을 건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들은 모두 병든 닭처럼 살아갈 뿐이다. 규율없이, 통제없이 사는 삶은 정말 위험한다. 인간은 일정한 제약 조건 속에서만 번성할 수 있는 다소 진화된 버전의 포유류이고, 여전히 버그가 많아 배움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탐색을 지속하는데 있다. 그리고 뭔가를 발견하기까지 항상 인내가 요구됨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10년 법칙, 10,000시간 법칙은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인간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며, 생물학적으로 그만큼의 시간을 필요로 하게끔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같은 일을 1년간 해 온 사람과, 10년간 해 온 사람의 실력 차이를 비교할 수 없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인내해 온 사람은 보통 사람들과 삶의 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은 인간의 주요 책임 중 하나다. 내가 책임이라는 표현을 쓴데 유의하라. 우리는 우리 맘대로 삶을 살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지 않다. 삶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신이 태어난 이유 중의 하나이므로, 당신됨을 포기하지 않을 때, 자신이 되는 탐색을 멈추지 않을 때 삶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눈뜬 장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말라. 자기됨은 자신만이 지킬 수 있는 것이니까. 당신이 자신을 지키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우습게 여길 것이다. 그런 상황을 결코 허용치 말라.

 
 
 
 
 

레이브 코리아
PAUL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