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국 사회에서 전문가에 대한 인식변화

(부제 : 공인 전문가들이 가야할 길)

maya

 

“전문가들이 거짓을 말하는 경우 그들은 자신의 직업뿐 아니라 자신들의 의뢰인, 즉 사회의 안녕을 위험에 빠뜨린다. 또 그로 인해 전문지식마저 위협받는다. 그런 부정행위가 전문가에 대한 사회 전체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전문가와 강적들The death of expertise>, 톰 니콜스 

 

 

국민들의 소비자 의식이 점점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나가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우리사회에서 전문가에 대한 인식은 괄목상대할 만큼 큰 변화를 짐작케 한다. 

   -우리나라에는 자기 분야가 아닌 분야에서도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이 많다. 67.9%

   -우리나라에는 전문가라 해도 실제로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53.3%

   -전문가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이전에 비해 많아졌다. 51.8%

   -그래서 나는 전문가가 제공한 정보의 사실 유무를 일상적으로 점검, 확인하고 있다. 60.5%

 

이같은 수치는 심지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사, 변호사 직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병원 방문 전후 나의 병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본다. 60.6%

   -평소 법적인 문제가 궁금할 때 수시로 검색해서 스스로 찾아본다. 55.7%

 

투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진정성있는 삶을 주된 가치로 여기지도 않는 사회 풍속을 고려했을 때 그리 이상한 수치도 아닌 듯 싶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다. 심지어는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영역이라 볼 수 있는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체 소송 건수 79만 5,180건 중 무려 65만 3,453건에 달하는 82.1%가 나홀로 소송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 이면에는 분명 주목해야 할 사회적 함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 내가 초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이면의 원인들이 아니라 드러난 현상 자체에 대한 적절하고 바른 대처다. 휴먼 디자인 전문가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자질을 갖춰야 일반 고객들로부터 제대로 된 인정과 존중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 국내 블랙 마케터 그룹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내가 만난 모든 블랙 마케터 인물들은 휴먼 디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 행세를 하려면 일반적으로 석사 수준의 지식이 요구되는데 반해, 이들의 역량은 대학교 1학년 수준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랄까? 대화를 나누면서 충격을 받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어제, 오늘 익명의 메일을 서너통 받았다. 필자의 차트를 해석해 주겠다며 센터, 관문, 채널 등을 이리저리 분석해 놓은 메일이었다.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가 포함된 메일이었음을 밝혀 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본래 지식인 집단에서는 어떤 지식을, 어떤 계통을 통해 공부해 왔는지, 아니면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는지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한다. 해외에 나가면 이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상호간 제대로된 교류와 성장을 위해, 어느 나라에서, 누구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를 먼저 오픈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그에게 정중히 답장을 보냈다. 리딩 실력이 되지 않는 듯 한데, 어디서, 누구로부터 휴먼 디자인을 배웠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진짜 대화를 원하시면 실명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도 했다.) 새벽과 아침 사이 두 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답장을 보내지 못하도록 스스로 메일 계정을 삭제해 버렸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접할 때마다 제대로, 충분히 연구하고 실험하지 않은 채 전문가 행세를 하는 우리사회의 풍토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한 블랙 마케터와 두 차례 만났을 당시) 나는 자신을 공인 전문가라 칭하는 그 인물로부터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게 이렇게 주장했다. 

 

“내부 권위는 개인적 차원의 의사결정에, 외부 권위는 공적 차원의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겁니다.” 

 

그는 이 말을 무려 다섯 차례 이상 반복했다. (후에 그는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휴먼 디자인을 무려 4, 5년 이상 공부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너무도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전략’과 ‘권위’야말로 휴먼 디자인의 핵심 중의 핵심이고,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 사람이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후에도 그는 미정 영역들 자체를 ‘비자아’로 설명했다. (완전히 틀린 해석이다.) 한글로 치면 가, 나, 다와 같은 수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인물에게서 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충격과 더불어 한국 땅에서 휴먼 디자인의 미래에 대해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이후에 만난 다른 공인 전문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로부터 리딩을 받은 서너명의 사람들로부터 같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무슨 말을 들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말은 내가 프로젝터라는 것이고, 초대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 

 

어떤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각국에 본사가 존재하는 제일의 이유는 첫째도 표준, 둘째도 표준, 셋째도 표준이다. 표준이 없으면 결코 제대로 된 산업이 형성되지 않는다. 작은 시장market이 거대 산업industry이 되려면 확고한 표준과 제대로 된 전문가 집단의 형성이 절대적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휴먼 디자인 지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어휘로 강조해 왔다. 하나는 ‘초복잡성’이고, 다른 하나는 ‘고맥락’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의 지난 칼럼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휴먼 디자인 영국 대표도 종종 그런 말을 해 왔지만, 공인 차트 분석가professional analyst는 아무나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PTL(Professional Training Level) 과정을 공인 차트 분석가 과정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심화 과정이라 부르기를 선호한다. 일단 전문 지식을 깊이 습득하고, 나중에 자신이 생기면 그때부터 전문가 활동을 해도 전혀 늦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편이 자신과 고객 모두에게 유익하다.)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블랙 마케터 그룹) 앞에서 전문 지식의 가치를 얘기하는 일은 거의 아무런 소용도 없다. 들을 귀가 없고, 기본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도, 검증된 역량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저 자격을 하나만 따면 자신이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를 평생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국내 유명 대학의 한 대학 교수는 (무려 박사 학위가 3개인 사람이었다.) 민간 자격증이야 대충 시험보고, 밥 한 번 사면 딸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머리 속에 진정성과 진짜 실력, 그리고 고객에 대한 제대로 된 서비스 의식은 없는 듯 보일 때가 많았다. 

 

고객들은 바보가 아니다. 세상은 점점 더 투명해져 가고 있고, 정보는 원천적으로 완전히 공개되는 시대로 이전하고 있다. 혹자가 말하듯 휴먼 디자인은 완전히 표준화된 지식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임의적인 해석을 할 수가 없다. 다만 객관화된 지식들 사이에서 행간을 넘나드는 유연한 응용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한국 땅에서 휴먼 디자인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이 대체 무슨 근거를 가지고 돈을 요구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기본 지식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어찌 다른 이의 차트를 리딩할 수 있단 말인가? 한, 두 가지 질문만 던져 봐도 이들의 무지는 너무 쉽게 탄로난다. 이런 풍토에서 어떻게 휴먼 디자인의 건실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표준의 확립과 상향 평준화없이는 업계는 결코 지속성장하지 못한다. 정보가 주가 되고, 교육이 주가 되는 분야에서는 이 두 가지 요건이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Inner Authority를 ‘내부 권위’로 해석할 것인가, ‘내적 결정권’으로 해석할 것인가는 당연히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

 

‘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sensitive dependence on initial conditions’이라는 용어가 있다. 카오스 이론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전문 용어로, 소위 ‘나비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소수점 이하 수준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장기적으로 예측불가한 큰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휴먼 디자인은 ‘초복잡성’, ‘고맥락’의 지식이기 때문에 기본 어휘 설정을 조금만 잘못해도 완전히 엇나가 버린다. 그래서 각국 본사는 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현대는 모두가 서로를 지켜보는 투명성의 시대다. 더 이상 일방적인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해석해도 그런줄 알고 받아들이던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미디어에 공개된 휴먼 디자인 지식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시 그 설명과 해석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스스로 분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어설픈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공인 전문가로 시선을 돌려 본다면 단지 3년 6개월짜리 과정 하나 이수했다고 갑자기 존중받는 전문가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전문성은 어휘싸움이고, 모든 학문은 어휘체계의 확립이 핵심목적이다. 인간의 뇌는 어휘를 통해 새로운 신경망을 획득하고, 그래서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꾼다. 때문에 공인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들은 휴먼 디자인 어휘에 천착(穿鑿)해야 하며, 공정하고 바른 어휘를 사용하는 일에 있어 어떠한 타협도 허락지 않아야 한다. 

 

고객은 블랙 마케터보다, 심지어 공인 전문가들보다도 한 수 위에 있다. 그들은 결국 진짜 실력자를 가려낼 것이다. 진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도 식별해낼 것이다. 이렇게 투명하고 열린 사회에서 옹졸한 실력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겠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기가 아닐까? 

 

자격증 하나로 대우받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고객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역량과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인 전문가가 되려는 이들은 바로 이 수준을 의도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단 한 번의 리딩만으로도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릴 수 있는 놀라운 특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의 표준을 높여라. 진정성과 실력 모두를 겸비한 전문가들을 존중하라. 상향 평준화에 동참하면 그 그룹에는 진정한 미래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축된 진정성 문화와 ‘오직 실력’의 풍토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보답될 것이다. 

 

우리는 이 땅에 휴먼 디자인을 바르게 뿌리내리기 위해 헌신된 공인 전문가다.

휴먼 디자인 한국본사
레이브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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