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수년에 걸쳐 많은 훈련을 해왔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훈련에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하는가가 아니라,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가 아닌가 합니다.

휴먼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수용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진정성 있는 태도가 있지 않다면 자기 자신조차도 속일 수 있는 도구가 휴먼 디자인이 아닐까 합니다. 각자의 디자인과 전략과 내부 권위는 어디에 어떻게 갖다 붙이느냐에 따라 자기 수용과 사랑의 도구가 되기 보다 변명과 타인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휴먼 디자인을 만나고 제 디자인에 대한 이해, 연민, 수용과 동시에 저도 모르게 변명의 수단이 되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휴먼 디자인을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왜곡하게 되는 데에는 제대로 된 학습과 이해 부족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요 근래 한 관문을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휴먼 디자인을 깊이 공부하면 할수록 인간 존재라는 것이 정말 스스로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 오직 디자인은 그 사람의 태도와 끌개 척도에 따라 성숙하게 혹은 미숙하게 발현되는 경우 밖엔 없겠구나를 배워가는 듯합니다.

정말 제대로 공부한다면 누구를 미워할 필요도, 원망할 필요도 없이, 내 디자인과 공명되느냐 되지 않느냐 외엔 그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존재를 메커니즘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 디자인을 먼저 더 깊이 이해하고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겨집니다. 제 디자인에 있는 한 관문, 한 관문씩 이해가 더해질수록 저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33번이 있는 사람으로서, 작게는 하루의 경험, 좀 더 넓게는 한 경험의 주기가 끝날 때 그 경험을 충분히 반추하고 숙고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아무 배움도 얻지 못한 채 늘 미숙한 경험을 반복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최근 공부를 통해 다시 인식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제가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꾸준히 갖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에너지의 차이가 크다는 인식이 들었습니다.

에너지의 정돈이 되어야 매 순간 삶에 대한 태도도 더 진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휴먼 디자인의 경이로움은 이런데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들이 메커니즘적으로 설명이 되니, 자연스럽게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는 쪽으로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

아직 휴먼 디자인적으로 제 진짜 인생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제대로 준비해서 제 힘으로 진짜 인생을 펼쳐 보려 합니다.^^